나는 외출 할 때마다 자전거를 이용한다.
12만원쯤에 구입했던 보급형의 저렴한 자전거이다.
최근 날씨가 상당히 춥다고는 해도, 처음 이를 딱딱 부딪히며 자전거를 타고 있자면
10분 정도 뒤부터는 슬슬 몸이 따뜻해져서 즐겁게 페달을 밟게 된다. 사는 지역이 그리 넓은
편도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한지가 벌써 2년은 넘은 것 같다. 아주 가끔씩 눈이 온다거나
태풍, 폭우 등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그것도 두어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예전, 직장인 일때도 버스, 지하철로 다니다가 중간에 자전거를 구입한 뒤로는 출퇴근을
늘 자전거로 했는데(편도 40~50분 가량), 여름에는 소나기를 맞으며 탄 적도 많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소나기에 대비해 비닐 우비를 챙겨넣어 다니다가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계속 타고 가고 그랬다.
겨울에는 도중에 폭설이 내려서 어깨와 머리에 눈을 하얗게 쌓아가며 겨우 타고 간 적도 있다.
언덕에서는 눈이 쌓여 바퀴가 헛돌아 뒤집어 질 뻔 하기도 하고, 내리막에는 내려서 끌고
내려가고. 하지만 이렇게 재난(?)을 당하면서도 다행히 지각을 한 적은 없다ㅋ
가던 중간에 갑자기 펑크가 나서 내려서 15분만에 직접 펑크 패치를 붙이고 다시 타고 간 적도
있고, 펑크 수리 도구가 없는 초반에는 펑크가 났을 때 펑크난 자전거를 끌고 마라톤을
하다시피 30분 가량을 뛰어서 회사에 골인 한 적도 있다. 그때 당시에도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역시 재미있다.
심지어 팀 회식이 있는 날 거리가 좀 있는 곳에 갈 때도 다른 분들이 차량 이동을 할 때 나는
혼자서 훌훌 자전거를 타고 가곤 했다. 그리고 매번 차보다 먼저 도착했을 때의 승리감이란!!ㅋㅋㅋ
그래서 회사에서 모두에게 나는 자전거 덕후 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자전거 덕후라니, 정말 좋다.
회사에 다닐 당시에는 안전을 위해 자전거용 헬멧도 쓰고 탔는데, 이젠 음악을 들으며
타고 싶어 헬멧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옷걸이 가장 위에 걸려 있다.
생각해보니 자전거에 적응하기는 정말 힘들었었다. 언덕이 많아 초반에는 일주일에 이틀만 타고도
다리가 너무 아프고 지쳐서 다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며 자전거는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꾹 참고
지속적으로 타다 보니 일주일에 3일, 일주일에 4일, 결국엔 거의 일주일 내도록 타고 다니게 되었다.
여기까지 적응하는 데 3달 가량이 걸렸다. 드디어 내 다리에 근육이 붙어 자전거에 적응이 된 기간...^^
이젠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어딘가 외출하는 것이 싫고 꺼려질 정도라서 고장이나 부품 교체
등을 위해 진작 공구 세트도 샀고, 타이어, 튜브 교체, 펑크 수리, 브레이크 패드 교체, 체인에
기름칠 등등은 혼자서 다 처리한다.
주위에서 보고 놀라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만지작 거리다 보면 그리 힘든 일도 아니라고
말해도 고개를 도리질친다. 한 여름에도, 한 겨울에도 자연재해가 밀어닥치는 날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자전거로만 다니니 모두 혀를 내두른다. 대개 자전거로 나가는 거리가 1시간 안팎이라
더 헐~하는 얼굴들이다.^^
내가 타는 자전거는 일반 철티비 자전거는 아니고, 로드와 mtb의 믹스, 중간형인 하이브리드이다.
자전거 바퀴가 굵은 것도 아니고 아주 얇은 것도 아닌 중간 정도면 하이브리드용이라 보면 된다.
손가락 마디로 치면 하나 하고 반 정도? 요즘은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보급형도 많고 저렴해서
젊은이들은 대부분 하이브리드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튼, 내가 밖에 나갈 때는 타 지역에 가는 것이 아닌 이상은 늘 자전거와 함께다. 머리를 묶고,
등에는 백팩을 메고(가방 안에는 언제나 휴대용 펌프와 펑크 패치가 들어있다), 모자를 쓰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고 즐겁게 이리저리 달리는 즐거움은 정말이지 중독과도 같다.
심지어 원래는 크로스백 등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젠 자전거를 타기 위해 99% 백팩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내 발이 되어 준 지가 2년이 넘어가는데, 외형은 낡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함께
돌아다녀 주는 자전거에게 고맙다.
내일은 도서관에 반납, 대여를 하러 가야 해서 또 자전거를 타며 헤드폰으로 음악을 감상 할 수
있는 시간이 강제로 주어진다. 도서관까지 거리는 자전거로 편도 40분 정도이고, 거의 매번 집을 나서기
전까지는 미적미적 대지만,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신나게 다리 근육에 자극을 줘 가며
나들이 할 시간으로 탈바꿈 된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