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끔씩 시나리오를 생각하거나 할 때 먼저 되뇌이는 것은 '사랑만세!'인 것 같다.
사람과 사람간의 사이, 그 사이에서 발생되는 감정들은 어떤 종류로 몇 가지나 될까.
'사랑'은 언제나 유치하다. 그리고 섬세하며 복잡하다. 향긋한 봄내음 같은 사랑도 있을 것이고
악취가 나는 진저리 쳐지는 사랑도 있다. 애정과 애증은 한 글자 차이로 그 의미가 달라지고,
상대를 그 어떤 세공품보다도 소중히 받드는가 하면, 차라리 그 온기가 사라질 지언정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증오와도 같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사랑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랑은 인내이고, 사랑은 헌신이고, 사랑은 정열이고, 사랑은 믿음이다. 그런 것들을 이야기로 풀어서
보여줄 수 있을까?
감정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좀 더 능숙해지고 싶다.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 시간 공부가 필요한 일이다^^
천악의 경우 웹툰 원고 준비 작업을 시작한 것은 1~2월 쯤부터였고, 이제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긴 한데
극초반의 몇 화수들은 당시 추가로 작업된 화수들이라서(예전 L사의 피드백으로 새로 만들어넣은 화수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새로 작업한 거 자체는 나니까 구성을 요상하게 한
내 잘못이긴 하다^^;;
(왜냐하면 초반부부터 뭔 소리인지 잘 못알아먹겠기 때문이다. 또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고 인정.
때문에 초반을 보시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물음표가 머리 위로 떠오른 분들께는 저의 미흡함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2.
내가 함께 들려주고 보아가고 싶은 사랑이란 건 무엇일까. 웹코믹으로 올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만화를 보아주시는 독자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다고 생각하고 싶다.
처녀작인 천악이 그러했으면 좋겠지만, 굳이 아끼는 천악이 아니더라도 엔딩을 함께하고 났을 때, 캐릭터들까지도
마음에 남는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 마음을 독자님들에게 전해주었다는
느낌이 들 것이고, 우리가 그것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으로 서로에게 좋은 기억과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대학생때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졸업 작품 역시도 그러한 맥락이었다. 나를 반영한
이미지로 감정을 함께 공유하기를 원했고 호응이 있어 즐거웠고, 일본 관람객 분께서 한 지면 가득
일본어로 그림을 보고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는 감상문을 글을 써주셨을 때는 일어를 알아보지도 못했으면서
기뻤다(나중에 해석을 듣고 더 기뻤다).
그림을 썩 잘 그리는 것은 아닌 나지만, 목표로 하는 바는 있다(만화는 그린지 얼마 안되어서 더욱).
그리고 내게 힘을 주시는, 함께 즐거워해 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셔서 내게 활기로 다가온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지.
늘 감사합니다.
3.
오늘 우연히 백합장르 마이너 갤러리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천악'이나 '매맑' 등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연재 초반 즈음의 기간에 나는 엄청 까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마 기대치를 높게 두셨던
분들이 많으셨을 것이다. 만족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독자님들이 모두 그럴수는 없다.
실망을 많이 하신 분들도 계시고, 실제 나 스스로도 기준을 고퀄리티로 두고 그리진 않았으니
인정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죄송한 부분이다.
많이 까였던데 지금봐서 망정이지 당시에 실시간으로 봤다면 주눅들고 멘붕했을 것 같기는 하다^^;
물론 까이는 것 자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 퀄리티에서 실망, 다음은 무료로 풀려있는 초반 스토리가 뭔소린지 모르겠어서
전개가 이해가 안되는 것. 1번에 적혀있지만 실은 그건 나도 동감한다. 그냥 그건 추가로 그리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은 최근에도 이따금씩 하곤 한다(그리고 L사를 놔두고 피너툰으로 간 것도 이야기가 좀
있던데 그건 여기 다 풀기엔 기니까 나중에 천천히 써봐야 겠다. 혹 같이 작업하고 연재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다시 연락을 달라고 말해주시긴 하셨다. 끝나기는 서로간에 좋게 끝났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가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존잘님들이 별 다섯개라면
나는 2~3개 정도일 거라고 본다(슈퍼 존잘님은 별 5개의 맥시멈을 넘을 것).
그러므로 그림에 대해 까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제 엄청 잘 그리는 건 아니니까.
연습도 꾸준히 해야하고, 존잘은 희망사항이다 :)
그림체도 아직은 덜 다듬어진 과도기 이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려면 시간이 더 걸릴것 같다. 그만큼 미흡하다.
새벽에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자니 타이핑이 길어지고 이런저런 잡소리에 잡생각들까지 쏟아져 나오는 것 같네요.
모두들 좋은 꿈을 꾸고 계셨으면... :)